로간 부인(Mary L. Logan)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청주읍교회(현 청주제일교회)와 그녀의 기념비
청주제일교회 마당에 있는 '로간부인기념비'는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비석으로, 그녀의 헌신적인 삶을 기리고 있습니다.
로간 부인(Mary L. Logan)의 생애 및 활동 분석
1. 생애
* 출생 및 배경: 메리 리 로간(Mary Lee Logan)은 1856년 9월 17일 미국 켄터키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남편은 켄터키 센트럴대학의 학장이었던 J. V. 로간(Logan)이었으며, 로간 부인 또한 같은 대학에서 기독청년회(YMCA)와 여자기독청년회(YWCA)를 지도하고 사회봉사 활동에도 힘썼습니다.
* 한국 선교 결심: 1908년 남편이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평소 품어왔던 해외 선교의 뜻을 이루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한국에서 사역 중이던 포사이드 박사의 열정에 감동을 받아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에 한국 파송을 요청합니다.
* 자비량 선교사: 1909년 3월 5일, 53세의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선교부의 회신을 기다리지 않고 자비량 선교사(Affiliated Members)로 한국에 내한합니다. 이는 한국에 온 최초의 자비량 선교사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일반적인 선교사들이 보수와 재정 지원을 받고 활동했던 것과 달리, 로간 부인은 모든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며 헌신했습니다.
* 사망: 1919년 12월 7일, 한국에서 10여 년간의 선교 활동을 마치고 신병으로 서울에서 별세했으며,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제2묘역 가-6)에 안장되었습니다.
2. 활동
* 초기 활동: 한국에 온 뒤 처음에는 유진 벨 선교사가 활동하던 목포와 광주에서 몇 개월간 사역했습니다.
* 청주 집중 사역: 이후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의 요청을 받아 청주로 이동하여 10년 동안 청주 지역에서 여성 선교를 전담했습니다.
* 여성 교육 및 신앙 지도: 주일학교, 성경학교, 주일학교 교사반, 여성 전도반, 여성 지도자반 등을 육성하며 충북 지역의 선교와 여성 교육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 '자애로운 어머니': 특히 그녀의 집(현재 청주시 상당구 탑동 '청주 탑동양관' 내 '로위기념관')에서는 매주 15시간씩 여러 성경 공부반을 인도했으며, 50-60여 명의 여성들이 참여했습니다. 로간 부인의 방문 앞에는 항상 많은 짚신이 놓여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청주 여성 교인들이 언제나 그녀를 찾아가 의지할 수 있는 '자애로운 어머니'로 여겼음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한국어도 잘 구사하여 청주와 충북 지역 사람들과 깊이 소통했습니다.
* 근대화 의식 형성 기여: 밀러 선교사의 부인인 도티 선교사와 함께 청주 지역 여성 교육의 초석을 놓은 개척자로, 여성들의 근대화 의식 형성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로간부인기념비 내용 분석 및 청주읍교회와의 연관성
1. 기념비 건립 배경 및 의미
* 건립 시기: 로간 부인이 별세한 지 2년 후인 1921년 6월 1일, 청주제일교회(당시 청주읍교회) 여성 교인들이 그녀의 헌신적인 삶을 기리기 위해 화강석으로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 역사적 가치: 이 기념비는 충북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비석으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당시 한문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에 '봉승(奉承)', '진충갈력(盡忠竭力)'과 같은 한문 용어까지 한글로 표기하여 우리말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 오류와 교훈: 초기 기념비 명문에는 띄어쓰기가 없어 '아메리가나신부인'이 '아메리카 나 신부인'으로 오인되어 일부 기록에서 천주교 신부로 잘못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기록의 정확성과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2. 기념비 내용 (현대어 번역)
로간부인기념비에 새겨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쥬강생일쳔구백이십일년륙월일립" (1921년 6월 1일 세워졌음을 의미)
> "아메리가나신부인 됴션에건너오셔 봉승상뎨명영 진충갈역하엿네 우리민족구원하려 교육구졔힘다해 십이년여일죵□ 됴션별세텬당으로" (□은 '사'(事)의 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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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현대어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메리카에서 태어난 로간 부인이 조선에 건너와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힘써 일했네. 우리 민족을 구원하려 교육과 구제에 힘을 다했고, 12년 동안(실제 10년) 한결같이 일하다가 조선에서 별세하여 천당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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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주읍교회(현 청주제일교회)와의 연관성
* 주요 사역지: 로간 부인은 청주읍교회를 중심으로 여성 선교와 교육 활동을 펼쳤습니다. 청주읍교회 마당에 기념비가 세워진 것은 그녀의 사역이 이 교회를 통해 이루어졌고, 교회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 여성 신앙 공동체의 요람: 청주읍교회는 로간 부인의 사역을 통해 여성들이 모여 성경을 배우고 신앙을 함양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근대적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들의 자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 기념과 계승: 청주제일교회는 로간 부인 기념비 외에도 '창립 100주년 기념비', '망선루 옛터 기념비', '충북지역 기독청년운동, 기독여성운동, 민주화운동의 요람 기념비' 등을 세워 교회의 역사와 선교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로간 부인은 자비량 선교사로서 청주 지역 여성 교육과 복음 전파에 헌신한 선구자였으며, 청주읍교회는 그녀의 주요 활동지이자 그녀의 숭고한 정신을 오늘날까지 기리는 역사적인 장소로서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념비의 내용은 로간 부인의 삶의 목적과 헌신, 그리고 지역 사회
에 미친 영향을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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